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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제지식

전세 사기 예방 가이드: 깡통전세 피하는 법과 계약 전 필수 확인 사항

낯선 설렘 뒤에 숨은 불안감

이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먼저 드시나요. 예전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간다는 설렘과 묵은 짐을 정리하는 홀가분함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조금 달라진 듯합니다. 뉴스를 틀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전세 사기 소식에,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여야 할 전세 제도가 오히려 삶을 위협하는 덫이 된 것은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하지요.

 

수 년간 부동산 시장을 지켜봐 온 저로서도 최근의 교묘한 사기 수법들을 보면 혀를 내두를 때가 있습니다. 평생을 성실히 일해 모은 목돈이 오가는 계약 테이블 앞에서, 손이 떨리고 입이 마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 글은 단순한 법률 상식의 나열이 아닙니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 차분하고 꼼꼼하게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법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시장 가격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법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서류가 아니라 '가격' 그 자체입니다. 집주인이나 중개인이 제시하는 보증금 액수만 믿고 덜컥 계약해서는 안 됩니다. 소위 '깡통전세'라 불리는 위험한 매물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계약 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이나 시세 조회 앱을 통해 해당 집의 실제 매매 가격과 전세 시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신축 빌라여서 시세 확인이 어렵다면, 번거롭더라도 주변 부동산 서너 곳을 직접 발품 팔아 방문해 보세요. 유난히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보증금, 혹은 파격적인 이자 지원을 약속하는 매물은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독이 든 성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의 신분증, 등기부등본 해독하기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이제 그 집의 신분증이라 할 수 있는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뜯어볼 차례입니다. 용어가 낯설어 어렵게 느껴지시겠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이 집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와 '이 집에 빚이 얼마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을구'에 기재된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를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통상적으로 은행 대출금과 내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는다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내 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일뿐만 아니라 잔금을 치르는 날에도 다시 한번 발급받아 변동 사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 안전한 전세 계약을 위한 필수 체크리스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아래 항목들만큼은 반드시 확인하여 스스로를 보호하시길 바랍니다.

  • 집주인 신분 확인: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계약자가 동일인인지 신분증을 대조하세요.
  • 세금 체납 여부: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요구하여 집주인의 세금 체납 사실을 확인하세요.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보증 보험 가입이 가능한 물건인지 사전에 파악하세요.
  • 특약 사항 기재: "전세자금대출 불가 시 계약금 반환", "잔금일 익일까지 근저당 설정 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세요.
  • 불법 건축물 확인: 건축물대장을 열람하여 위반 건축물(불법 증축 등) 여부를 체크하세요.
  • 공인중개사 자격: 정상적으로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확인하세요.

보이지 않는 빚, 세금 체납이라는 복병

등기부등본이 깨끗하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서류에는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빚', 바로 집주인의 세금 체납 문제입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집이 공매로 넘어가게 되면, 국가는 세금을 그 어떤 빚보다 먼저 가져갑니다. 내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다소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계약 전에 임대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요청하는 것은 세입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이를 불쾌해하거나 거절한다면, 그 계약은 다시 한번 재고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정직한 임대인이라면 자신의 신용을 증명하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대항력 갖추기

마지막으로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마친 날, 피곤하더라도 반드시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법적으로 "이제부터 내가 이 집의 세입자다"라고 세상에 공표하는 행위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라는 힘이 생깁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집주인이 바뀌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내 보증금을 돌려주기 전까진 못 나간다"라고 당당하게 버틸 수 있는 법적인 힘입니다. 이 효력은 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므로, 앞서 말씀드린 특약 사항에 '잔금일 다음 날까지 권리 변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 이 시차 공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집은 안식처여야 하기에

지금까지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챙겨야 할 것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주변 시세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을 꼼꼼히 확인하고,

둘째, 등기부등본과 세금 체납 내역을 통해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며,

셋째, 계약과 동시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법적 대항력을 갖추는 것.

 

이 세 가지 원칙만 마음에 새겨도 막연한 두려움은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집은 단순히 몸을 누이는 공간이 아닙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마음을 뉘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안식처여야 합니다. 부디 여러분의 꼼꼼한 준비가 행복하고 평안한 보금자리로 이어지기를, 인생의 선배로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