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너의 명상&일상

새벽의 그림자를 딛고 달린다는 것

문 밖을 나서기 전의 작은 소용돌이

새벽 6시 18분. 시계의 시작 버튼을 누르기 전, 마음속에는 작은 소용돌이가 일렁였다. 따뜻한 이불 속의 유혹과 영하의 기온이 주는 막막함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오늘 하루쯤은 쉴까?' 하는 나태함과 '나와의 약속을 지키자'는 의지가 거칠게 부딪혔다. 하지만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은 갈등의 소음을 뒤로하고, 나를 신천의 어스름 속으로 이끌었다.

 

 

얼어붙은 징검다리와 흐르는 마음

신천의 물길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꽝꽝 얼어붙어 있었다. 사진 속 징검다리 주변의 얼음판처럼, 우리 삶의 고민들도 때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굳어버린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 차가운 얼음 아래로 여전히 생명력 있는 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러닝 초반,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웠던 여러 갈등이 발소리에 맞춰 하나둘 정리되기 시작했다. 일에 대한 고민, 새로운 공부에 대한 부담, 혹은 엉킨 관계의 실타래들. 규칙적인 심장 박동은 불안한 생각들을 밀어내고, 오직 '지금, 여기'의 호흡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보랏빛 새벽이 건네는 위로

달리는 동안 하늘은 매 순간 옷을 갈아입었다. 짙은 어둠에서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다시 옅은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그 찰나의 순간. 아파트 숲 위로 밝아오는 여명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갈등이란 결국 더 밝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새벽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나의 페이스는 빠르지 않지만 단단했다. 남과 비교하는 속도가 아닌, 오직 나의 숨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시간. 갈등을 억지로 끊어내려 애쓰기보다, 그 갈등조차 러닝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새벽길을 채워나갔다.

 

명상의 마무리: 비워진 자리에 채워진 것들

한참을 달려 돌아오는 길, 처음에 가졌던 그 무거운 '갈등'은 뜨거운 숨과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 땀이 식으며 전해지는 서늘한 상쾌함이 갈등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대신 채운다.

오늘도 신천은 나에게 말해준다. 얼음은 결국 녹을 것이고, 해는 반드시 뜨며, 갈등하며 내딛는 그 한 걸음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